필자가 지난 9월 7일 밤에 후쿠오카로 가기 위해 탑승했던 뉴카멜리아호가 부산항에 정박한 모습. ⓒ이원무필자가 지난 9월 7일 밤에 후쿠오카로 가기 위해 탑승했던 뉴카멜리아호가 부산항에 정박한 모습. ⓒ이원무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해외여행을 했는데, 그동안은 비행기로 여행을 떠났다. 과거에 일본 여행도 그러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일본까지는 배로도 갈 수 있고,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가면 비행기 여행시간이 짧아 이젠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하겠다. 그래서 이번엔 부산에서 가장 많은 배편이 있는 일본 큐슈로 여행을 가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중에 부산에서 일본 남부 큐슈의 대표 도시인 후쿠오카로 가는 배편을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가장 저렴한 가격이 나온 시간대로 예약·결재했다. 숙박도 1박에 5만 원 이하로 저렴한 가격에 아침 식사가 제공되는 호텔로 예약·결재했고, 일본 큐슈 내의 도시를 기차로 여행하기 위해 JR 큐슈 레일 패스 7일 치 상품을 끊었다.

이렇게 준비를 마치고 페리로 후쿠오카를 가기 하루 전 수서역에서 SRT를 타고 부산에 도착해 서면역 근처 숙소에서 하루를 묵었다. 후쿠오카를 떠나는 당일엔, 서면역 롯데백화점에서 밥을 먹은 후 책을 읽다가 자조모임 회원으로부터 장애인 고용 토론회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후 숙소에서 나와 후쿠오카행 페리를 타기 위해 부산항으로 향했다.

후쿠오카행 페리 승선 절차를 거친 후 부산항 출국장을 통과하고, 드디어 페리인 뉴카멜리아호에 몸을 실었다. 배정받은 페리 안의 방으로 가 짐을 풀어놓은 후, 간단히 먹을 것을 사서 드라마 ‘국민사형투표’를 스마트폰으로 시청하며 먹었다. 드라마가 끝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뉴카멜리아호가 야심한 밤에 부산항에서 벗어나 6~7시간 동안 망망대해로의 여행에 들어갔다.

갑판 위에서 망망대해로 향하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도 그 사람들과 함께 사진들을 찍으며 수다를 떨었고 페리로 일본에 간다는 것에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아름답고 휘황찬란한 LED 빛의 부산항 대교 밑을 지나가는 걸 직접 경험하며 사진 찍는 걸 놓치거나, 파도의 힘 때문에 바닥의 진동이 느껴져 잠을 깊숙이 자지는 못하는 등의 아쉬움은 있었다.

뉴카멜리아호가 출항해 부산항에서 멀어지는 가운데 LED 조명의 부산항 대교(왼쪽)와 화물이 즐비한 곳 근처 바다에 있는 선박 모습(오른쪽). ⓒ이원무뉴카멜리아호가 출항해 부산항에서 멀어지는 가운데 LED 조명의 부산항 대교(왼쪽)와 화물이 즐비한 곳 근처 바다에 있는 선박 모습(오른쪽). ⓒ이원무

해가 떠서 배는 어느덧 후쿠오카 하카타항에 도달했고, 나는 배에서 내려 입국 심사를 받은 후 하카타역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역에 도착한 후 역에서 교통카드를 사고, 한국에서 미리 예약한 JR 큐슈 레일패스를 표로 교환하고서, 카페로 가 글을 마무리했다. 내가 예약한 숙소 체크인 시간이 4시부터 시작했기에, 하카타역에서 점심을 먹은 후 잠깐 그 역 안을 돌아다녔다.

어느덧 시간이 되었길래, 내가 예약한 숙소로 향했고, 숙소에 도착해 체크인 진행한 후 방을 배정받았다. 13박 14일의 일정이 드디어 시작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기도 했고, 이동하는 과정에 몸이 피곤해져 첫날엔 숙소 주변만 돌아다니다 숙소로 가 잠이 들었다.

둘째 날은 후쿠오카 시내의 오호리 공원 내를 돌아다녔는데, 스타벅스가 공원의 안에 있는 걸 보니 이런 데도 있구나 하면서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7년 전에 갔었던 후쿠오카 타워에도 갔었는데 깊어진 밤에 갔었던 거라, 야경을 보며 좋긴 했지만, 진짜 밝을 때 후쿠오카란 도시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전체적으로 보진 못해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모모치 해변에서 우미노나카마치 해변공원으로 가기 위해 페리를 탈 당시 후쿠오카 타워와 모모치해변 페리장 모습. ⓒ이원무모모치 해변에서 우미노나카마치 해변공원으로 가기 위해 페리를 탈 당시 후쿠오카 타워와 모모치해변 페리장 모습. ⓒ이원무

다음 날엔 후쿠오카 타워 근처에 있는 모모치 해변에서 우미노나카미치 해변공원으로 가는 페리를 타고, 공원에 도착한 후 자전거를 렌트해 해변공원 지역을 거의 한 바퀴 돌아다녔다. 전날 칼럼 악플로 인해 마음이 좀 힘들었는데, 학창시절까지 탄 자전거를 거의 20~30년 만에 타보는 거기도 했고, 뻥 뚫린 자연을 보며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운동한 거라 땀도 흘리면서 울적한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다. 가벼워진 기분에 한 주가 지나갔다.

우미노나카미치 해변공원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즐긴 풍경들, 선샤인풀 주변풍경(위 왼쪽), 동물원 내 새들이 앉은 나무(위 오른쪽), 나무들(아래 왼쪽), 스카이돌핀 놀이기구(아래 오른쪽). ⓒ이원무우미노나카미치 해변공원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즐긴 풍경들, 선샤인풀 주변풍경(위 왼쪽), 동물원 내 새들이 앉은 나무(위 오른쪽), 나무들(아래 왼쪽), 스카이돌핀 놀이기구(아래 오른쪽). ⓒ이원무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부터 드디어 JR 큐슈 레일패스가 7일 동안 개시되었다. 큐슈 하면 원자폭탄 투하한 나가사키가 생각나 그곳부터 먼저 가게 됐는데, 나가사키 여행 첫날엔 먼저 일본 26성인 순교지부터 갔다. 스페인 선박의 일본 표착을 계기로, 하비에르 신부의 일본 선교 활동과 신자 확장, 이에 위협을 느낀 권력층인 다이묘와 영주들이 선교사와 신자들 등 총 26명을 1597년에 나가사키 지역에서 처형한 역사의 과정들을 순교지 기념관에서 볼 수 있었다.

에도 막부 시대에도 기독교 탄압은 있었고, 신자들은 오이타현 벳푸시에 있는 가마솥 지옥, 피의 연못 지옥 등 7개의 지옥 등을 포함한 여러 곳에서 처형을 당했단다. 온천에서 나오는 상당히 뜨거운 물이 지옥이었고, 그 지옥에 신자들을 넣으면서 권력층들은 이들에게 신이 할 일은 이들을 지옥에서 꺼내는 일이라고 말했단다. 상당히 기막히지 않은가? 참고로 2일 동안의 나가사키 방문이 종료된 후 바로 그다음 날에 벳푸시를 방문해 지옥 순례를 했다.

지옥 순례에서의 지옥 특징은 온천과 같은 뜨거운 물이 있지만, 그 주변 풍경이 상당히 아름다운 거다. 재미로 지옥 순례 관광하지만, 진짜로 나보고 지옥과 같은 뜨거운 물에 들어가라 한다면 들어가고 싶지 않은 건 당연한 인지상정 아닌가? 그런데 이걸 보면서 언뜻 이런 게 떠올랐다.

작년 장애인권리협약 국가심의 당시 보건복지부 염민섭 장애인정책국장은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대책을 수립하고, 2019년엔 주간활동서비스 및 방과후 활동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또한, 지적·자폐성 장애인 지원예산은 2018년 85억 원에서 2080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으며, 2022년엔 발달장애인법을 개정해 돌봄 부담이 높은 최중증 발달장애인에게 통합적 서비스 제공의 근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관련된 질의에 대해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같은 발달장애 관련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있기에,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정부는 발달장애 인식 개선 및 지원 확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작년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제2·3차 대한민국 정부 병합심의 당시 보건복지부 염민섭 장애인정책국장이 발달장애인 현황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UNWebtv 동영상 캡처작년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제2·3차 대한민국 정부 병합심의 당시 보건복지부 염민섭 장애인정책국장이 발달장애인 현황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UNWebtv 동영상 캡처

그런데 정부 대답의 속살을 보면,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대책에선 오로지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권리 주체가 아닌 돌봄 객체로 묘사하고 실제로 그런 대책들로 구성하는 등 시혜·동정의 대상으로 이들을 보는 시각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정보 접근권, 결혼할 권리 등의 증진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예산도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운영예산을 포함해 가족지원서비스, 주간 활동지원 서비스 및 공공후견 지원 및 공공신탁 운영지원 항목 등의 예산으로 이뤄져 돌봄 중심으로 이뤄지고, 정보 접근권 등 권리증진을 위한 예산은 찾아보기 어렵다. 주간 활동지원 서비스조차 당시엔 차감 등이 있어 장애인 가족의 양육 부담을 줄여주지 못하고 실제로 이런 서비스는 당사자들의 목소리 반영이 미흡한 것도 있어 제공자 중심의 서비스인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미등록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권리증진 대책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발달장애인 예산 증가에, 얼핏 보면 발달장애인의 권리가 전보다 증진돼 삶의 질이 나아진 것처럼, 정부는 발달장애인과 관련한 상황에 대해 겉보기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얘기하나, 내용 속살은 그렇지 않은 현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필자를 포함해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지적·자폐성 장애인에겐 이 사회가 지옥처럼 느껴진다. 마치 벳푸 지옥 순례에서 지옥 특징과도 같다고 말이다.

다시 기독교 관련 얘기로 돌아오면, 200여 년이 지나 일본의 문호 개방으로 방일한 선교사와 일본에서 몰래 믿고 있던 신자들 간 만남으로 신앙 표명자가 늘어났다. 이에 에도 막부와 이후 금교 정책을 이어받은 메이지 정부의 잇따른 탄압이 있었지만, 오우라 천주당에서 사태 수습을 위해 재일 영사에 요청했고, 기독교 탄압 상황이 해외에 전해지며 해외 각국에서 항의가 빗발쳤고, 결국 기독교 탄압은 일본에서 끝이 났다. 이런 과정들을 나가사키의 오우라 천주당 방문 시 느낄 수 있었다.

나가사키에 있는 일본 26성인 순교지 기념비(위 왼쪽), 서양식 건물이 즐비한 오란다 자카 지역의 한 언덕(위 오론쪽), 오우라 천주당 내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동상(아래 왼쪽), 오우라 천주당 성당 내부(아래 오른쪽). ⓒ이원무나가사키에 있는 일본 26성인 순교지 기념비(위 왼쪽), 서양식 건물이 즐비한 오란다 자카 지역의 한 언덕(위 오론쪽), 오우라 천주당 내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동상(아래 왼쪽), 오우라 천주당 성당 내부(아래 오른쪽). ⓒ이원무

에도막부의 쇄국정책 기간에 중국과 네덜란드 등 간의 무역으로 유럽의 문물들을 일본 내로 수입하고, 일본에서 생산한 물품들이 유럽에 알려졌는데, 그런 일련의 역사 과정들은 ‘데지마’ 방문을 통해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오우라 천주당 근처에 있는 ‘오란다 자카’ 지역 방문하면서는 서양식 건물들을 많이 볼 수 있었고, 이게 19세기 중반경에 지어졌다고 하니, 당시 조선에선 드물었던 서구인(주로 네덜란드인)들이 일본에선 많았음을 짐작하게 된다.

이렇게 나가사키에서의 첫날 여행 끝나고 다음 날엔 평화공원과 원폭 자료관을 들렀다. 다신 원폭 투하 같은 재앙이 일어나선 안 되고, 평화 수호 메시지를 나름 전하려 노력했던 것 같다. 하지만 과거 식민지 시절 자행했던 만행들을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고, 독도를 자기 땅으로 우기며 우리나라를 호시탐탐 노리는 일본의 몸짓을 생각하니 평화공원 등은 그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긴 일본에서 코스프레가 성행하니 그게 가능했으려나?

더군다나 평화공원 중심에서 가까운 곳에 원폭 투하로 인해 사망한 중국인들의 영령을 위로하는 위령비가 설치되고 그 위령비엔 사람들이 많이 다녀간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원폭 투하로 사망한 한국인들의 영령 위로하는 위령비는 평화공원 중심에서 먼 곳에 설치됐고, 그것도 다녀간 사람들이 얼마 되지 않은 듯해 기분이 초라했다. 인구도 적고 나라도 약하니 관심이 덜한 걸까?

그 순간 한국 사회에서 투명인간처럼 취급받는 지적·자폐성 장애인이 다시 떠올랐다. 원폭 투하로 인한 사망과는 형태가 달라도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이 타살당해 죽는 것도 결국은 사망이니까. 이들이 사망했을 때, 이들의 명복을 빌며 찾아줄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마도 언론에선 죽었다고 뉴스 한 줄만 싣고 지적·자폐성 장애인에 대한 악독한 차별과 같은 사회적 맥락에서의 불편한 진실은 잘 이야기하지 않고,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지겠지? 우리가 힘이 약하니 더욱 그러하겠지? 울화통이 밀려왔지만 그렇게 되지 않도록 나 자신부터 정신 차려야겠다고 느끼게 된다. 장애의 인권적 모델이 사회에 정착되는 걸 꿈꾸며 말이다.

나가사키 평화공원 중앙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세워진 나가사키 원폭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들 모습. ⓒ이원무나가사키 평화공원 중앙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세워진 나가사키 원폭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들 모습. ⓒ이원무

나가사키 여행을 끝내고 오후엔 근처의 사세보시에 소재한 하우스텐보스를 방문했는데, 건물이 네덜란드풍의 서양식 건물이라 유럽에 온 것 같은 착각이 잠시 들었다. 네덜란드 운하에서 볼 수 있는 보트도 타보고, 여러 아름다운 건물을 보아 기분이 좋았지만, 배터리 부족으로 인해 사진 촬영하고 충분히 즐길 시간은 부족했던 게 아쉬웠다. 다음엔 좀 더 준비해 즐기자고 느꼈다.

이후엔 이전에 언급했던 벳푸시 지옥 순례뿐만 아니라 온천으로 유명한 유후인에도 갔다. 유후인에선 료칸에서 당일 온천을 즐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료칸에서 숙박해야만 온천을 즐길 수 있다고 하기에 그냥 온천이 흐르는 공중목욕탕에서 목욕하는 걸로 만족했다. 유후인에선 롤케이크도 유명해 시식해봤는데 개인적으론 괜찮고 먹을만한 맛이었다.

유후인 이후에 간 가고시마시 근처의 사쿠라지마에 마그마 온천이 있다고 해서 가봤는데, 바다 풍경과 풍경 너머로 보이는 가고시마 항을 바라보며 온천물로 목욕하는 게 좋았다. 마그마 온천 방문 다음 날엔 그 온천의 근처에 있는 족욕장도 방문했는데, 해 질 무렵 나름 아름다운 저녁 풍경이 어우러진 바다를 보며 족욕을 하니 기분이 괜찮았다. 휴식이란 이런 것이란 걸 느끼며 말이다. 물론 벳푸시 지옥 순례 여행을 했을 때 가마솥(일본어로 카모도) 지옥에서 관광 인파들과 함께 족욕을 한 것도 좋았지만 말이다.

이외에도 기타큐슈 지역의 모지코 시와 혼슈 지역 시모노세키를 연결하는 해저터널인 간몬터널을 한 일본인과 함께 왕복으로 도보 30분 정도 여행한 것이나, 후쿠오카 근교에 있는 야나가와에서 관광객들과 함께 강물에 있는 보트를 타고 1시간 동안 강물 여행을 하며 아름다운 풍경과 시의 일부 모습을 본 건 짜릿한 기분이었다. 강물 여행 도중에 잠깐 아이스크림 가게에 보트가 정박한 순간도 있었는데 그때 관광객들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나는 녹차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는데, 아이스크림 맛은 꿀맛이었다.

야나가와 시를 보트로 강물여행 할 당시 녹차 아이스크림(중간)도 즐기며 여행을 만끽했던 순간들. ⓒ이원무야나가와 시를 보트로 강물여행 할 당시 녹차 아이스크림(중간)도 즐기며 여행을 만끽했던 순간들. ⓒ이원무

역시 후쿠오카 근교에 있는 다자이후란 도시도 다녀왔는데, 규슈박물관을 방문하면서는 일본 고대시대부터 메이지 시대 이전까지 외국과의 문물 교류가 어땠는지 대략 알 수 있었고, 관람할 때 한국에서 가져온 복지카드를 제시했더니 무료로 관람을 허용한 점 등이 나름대로 괜찮았다. 물론 할인된 값으로 했다면, 내 돈 내고, 관람한다는 기분에 조금은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가고시마, 구마모토 등도 다녀왔지만 다 이야기하려면 너무도 많아 여기에 적어도 모자를 지경이다. 어쨌든 이번 여행을 하면서 나로선 특히 벳푸, 나가사키 여행 통해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이 투명인간 취급당하지 않고, 이들이 정부가 아름답게 포장한 말들에 현혹되지 않고, 냉정하게 분석해 헬조선이란 말을 더는 입에 달고 살지 않게 이들에게 권리 주체로의 역량 강화가 정말 필요함을 느끼게 됐다. 우리 국민들도 헬조선 현실에서 벗어나야 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벳푸시 지옥 순례 관광한 7곳 중 바다지옥(좌측)과 피의 연못 지옥(우측)의 모습.  ⓒ이원무벳푸시 지옥 순례 관광한 7곳 중 바다지옥(좌측)과 피의 연못 지옥(우측)의 모습.  ⓒ이원무

해변공원을 자전거로 여행하는 거나 족욕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휴식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를 몸소 느끼기도 했다. 약간의 아쉬움이 살짝 있기는 하나, 그래도 무엇보다 이번 여행이 비행기가 아닌 페리를 타고 처음 했던 여행이라 그 자체로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에서 배를 타고 해외로 갈 수 있는 여행이 있다면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해볼 생각이다.

30년 전 누나랑 같이 여행했고, 17년 전부턴 혼자서 여행하기 시작하며 좋았거나 행복했던 때, 힘들었던 순간 등이 있었다. 이런 것들에 관련한 그동안의 추억을 나 나름대로 한 번 글로 써볼 생각이다. 그건 좀 더 여행한 다음 할 생각인데, 보잘 것은 없지만, 나의 이야기가 돌봄 요구가 큰 장애인 등 장애인들의 여행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감히 가져본다.

인터넷과 모바일 웹, 건물, 선박, 비행기 등에 대한 접근성이 장애 유형과 정도에 상관없이 보장되고, 정부와 지자체 자원의 여행 관련 보조금 정책이 마련되는 것 등을 통해 궁극적으론 돌봄 요구가 큰 장애인들을 포함, 모두의 이동권이 보장돼 모두가 이동의 자유를 만끽할 그 날을 꿈꾸며 말이다. 그런 날이 현실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자조모임 한 회원이 하루 동안 집중해서 아는 형과 같이 일본 동경을 여행할 거라고 귀띔했던 게 엊그제 같다. 조금 있으면 그날이 올 텐데, 그 회원 나름대로 하루 동안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많이 만들고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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